대법원 2009. 4. 16. 선고 2008다53812 판결 [손해배상(기)등] [공2009상,626]


재판경과
ㅇ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5. 18. 선고 2005가합64571 판결
ㅇ 서울고등법원 2008. 7. 2. 선고 2007나60990 판결
ㅇ 대법원 2009. 4. 16. 선고 2008다53812 판결


판시사항
[1]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보도매체의 기사를 보관하면서 스스로 그 기사의 일부를 선별하여 게시한 경우, 그로 인하여 명예가 훼손된 자에게 불법행위책임을 지는지 여부(적극)

[2]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한 삭제 및 차단 의무의 발생 요건

[3]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불법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 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을 개별 인터넷 게시공간별로 포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보도매체가 작성·보관하는 기사에 대한 인터넷 이용자의 검색·접근에 관한 창구 역할을 넘어서서, 보도매체로부터 기사를 전송받아 자신의 자료저장 컴퓨터 설비에 보관하면서 스스로 그 기사 가운데 일부를 선별하여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뉴스 게시공간에 게재하였고 그 게재된 기사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이는 단순히 보도매체의 기사에 대한 검색·접근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와는 달리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보도매체의 특정한 명예훼손적 기사 내용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선택하여 전파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위 사업자는 명예훼손적 기사를 보도한 보도매체와 마찬가지로 그로 인하여 명예가 훼손된 피해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2] [다수의견] 명예훼손적 게시물이 게시된 목적, 내용, 게시 기간과 방법,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 게시자와 피해자의 관계, 반론 또는 삭제 요구의 유무 등 게시에 관련한 쌍방의 대응태도 등에 비추어,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제공하는 인터넷 게시공간에 게시된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위 사업자가 위와 같은 게시물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당한 피해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 요구를 받은 경우는 물론, 피해자로부터 직접적인 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그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며, 또한 기술적, 경제적으로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위 사업자에게 그 게시물을 삭제하고 향후 같은 인터넷 게시공간에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되지 않도록 차단할 주의의무가 있고, 그 게시물 삭제 등의 처리를 위하여 필요한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그 처리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부작위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한다.

[대법관 박시환, 김지형, 전수안의 별개의견]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한 삭제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사업자가 피해자로부터 명예훼손의 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구체적·개별적으로 특정’하여 ‘삭제하여 달라는 요구’를 받았고, 나아가 그 게시물에 명예훼손의 불법성이 ‘현존’하는 것을 ‘명백’히 인식하였으며, 그러한 삭제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이 ‘기술적·경제적으로 가능’한 경우로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하다.

[3]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장소는 특정 기사에 대한 댓글들, 지식검색란에서의 특정 질문에 대한 답변들, 특정 사적 인터넷 게시공간 등과 같이 일정한 주제나 운영 주체에 따라 정보를 게시할 수 있는 개별 인터넷 게시공간으로 나누어져서 그 각 개별 인터넷 게시공간별로 운영 및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고, 위와 같은 개별 인터넷 게시공간 내에서의 게시물들은 서로 관련을 맺고 게시되므로, 불법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 의무는 위 개별 인터넷 게시공간별로 그 의무의 발생 당시 대상으로 된 불법 게시물뿐만 아니라 그 후 이와 관련되어 게시되는 불법 게시물에 대하여도 함께 문제될 수 있다. 따라서 그 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은 개별 인터넷 게시공간별로 포괄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참조조문
[1] 민법 제750조, 제751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3호 / [2] 민법 제750조, 제751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3호, 제44조 제2항, 제44조의2 제2항, 제6항, 제44조의3 제1항, 제70조 제3항, 헌법 제21조, 형법 제312조, 저작권법 제102조 제1항 / [3] 민법 제750조, 제751조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지호외 2인)  
피고, 상고인  엔에이치엔 주식회사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임수외 8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8. 7. 2. 선고 2007나60990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1. 피고 엔에이치엔 주식회사와 피고 주식회사 다음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상고 이유를 판단한다.

가.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1) 기사 선별 및 게재행위로 인한 책임

(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3호 소정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서, 인터넷 가상공간 내에 있는 각종 정보제공 장소(인터넷 이용자들은 ‘사이트’라고 부른다)들에 게재된 정보에 대한 분야별 분류 및 검색 기능을 비롯하여 인터넷 이용자가 직접 자신의 의견이나 각종 정보를 게시·저장하거나 이를 다른 이용자들과 서로 공유·교환할 수 있는 인터넷 게시공간(그 중 ‘블로그’, ‘미니 홈페이지’, ‘인터넷 동아리’, ‘카페’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게시공간을 아래에서는 ‘사적(私的) 인터넷 게시공간’이라고 한다)을 제공하고, 아울러 전자우편, 게임 이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인터넷에 관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인터넷 이용자들은 위와 같은 서비스를 ‘포털서비스’로, 그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정보제공 장소를 ‘포털사이트’로 부른다. 아래에서는 그 서비스를 ‘인터넷 종합 정보서비스’, 그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장소를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장소’,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라고 한다)가 보도매체가 작성·보관하는 기사에 대한 인터넷 이용자의 검색·접근에 관한 창구 역할을 넘어서서 보도매체로부터 기사를 전송받아 자신의 자료저장 컴퓨터 설비에 보관하면서 스스로 그 기사 가운데 일부를 선별하여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뉴스 게시공간에 게재하였고 그 게재된 기사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이는 단순히 보도매체의 기사에 대한 검색·접근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와는 달리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보도매체의 특정한 명예훼손적 기사 내용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선택하여 전파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위 사업자는 명예훼손적 기사를 보도한 보도매체와 마찬가지로 그로 인하여 명예가 훼손된 피해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원심은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인 피고 엔에이치엔 주식회사(이하 ‘피고 엔에이치엔’이라 한다), 피고 주식회사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피고 다음커뮤니케이션’이라 한다)은 보도매체로부터 위 피고들의 각 자료저장 컴퓨터 설비에 전송된 기사들 가운데 원고 관련 기사를 선별하여 위 피고들의 뉴스 게시공간에 게재하였는데, 위 원고 관련 기사들은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므로, 위 피고들은 위 각 기사들에 관하여 이를 최초로 작성한 해당 보도매체들과 함께 원고에 대한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는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원심 판단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기사 선별 및 게재행위에 의한 명예훼손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나) 위 피고들은 원고 관련 기사 선별 및 게재와 관련하여 그 중 일부 기사를 게재하지 않았으므로 그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위와 같은 주장은 결국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사항인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문제삼는 것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로 볼 수 없어 받아들이지 않는다.

(2) 기사들의 피해자 특정 여부

명예훼손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객관적인 사회적 평가를 침해하는 행위로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거나 또는 두문자(頭文字)나 이니셜만 사용한 경우라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그 표시가 피해자를 지목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이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0213 판결 참조).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피고들이 게재한 원고 관련 기사들이 그 자체로서는 원고의 실명 및 신상에 관한 정보를 적시하고 있지 않으나 일부 기사에 실린 망 소외인의 사적(私的) 인터넷 게시공간(구체적으로 위 게시공간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미니 홈페이지’라고 부르는 것으로서, 위 게시공간을 제공한 원심공동피고 에스케이커뮤니케이션즈 주식회사에서는 자신들이 제공한 ‘미니 홈페이지’를 가리켜 ‘미니홈피’라 부른다) 초기화면 사진으로 알 수 있는 망 소외인 관련 정보 또는 위 기사들 내용으로부터 얻은 정보 등을 토대로 간단한 검색을 통하여 원고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으므로 그 주인공이 원고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명예훼손 피해자 특정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기사 삭제 금지 약정으로 인한 면책 여부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보도매체로부터 기사를 제공받기로 하면서 제공받은 기사를 임의로 삭제할 수 없다는 약정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보도매체와 사이의 내부적인 책임 분담 약정에 불과하여 이를 이유로 위 사업자의 기사 선별 및 게재행위로 인한 책임까지 면할 수는 없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위 피고들이 보도매체와 사이에 체결한 기사 삭제 금지 약정만으로는 자신들의 원고 관련 기사 게재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이를 다투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1) 인터넷에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에 대하여 1차적인 책임을 지는 자는 위 게시물을 직접 게시한 자라 할 것이고,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위와 같은 게시물이 게시되었고 위 종합 정보서비스의 검색기능을 통하여 인터넷 이용자들이 그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위 사업자에게 관리에 대한 책임을 별도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곧바로 위 사업자에게 명예훼손적 게시물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그러나 인터넷 공간에서는 익명이나 가명에 의한 정보유통이 일반화되어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는 내용의 표현물이 쉽게 게시될 수 있고 또한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접속하여 검색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게시된 표현물이 순식간에 광범위하게 전파됨으로써 그 표현물로 인한 법익 침해의 결과가 중대해질 수 있으며, 특히 인터넷을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종합하여 제공하는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그 표현물이 게시된 경우에는 인터넷 종합 정보서비스를 이용하는 무수한 이용자들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위험성이 훨씬 더 커서 다른 어느 경우보다 타인의 법익을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는 인터넷 종합 정보서비스를 통하여 위와 같은 위험성을 안고 있는 인터넷 게시공간을 제공하고 이를 사업목적에 이용함으로써 정보의 유통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경제적 이익도 얻고 있다. 이와 같이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는 인터넷 게시공간이라는 위험원을 창출·관리하면서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으므로, 위 게시공간 안에서 발생된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도 있어, 위와 같은 위험으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황에 따라 적절한 관리를 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공평 및 정의의 관념에 부합한다 할 것이다.

다만,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에게 자신이 제공하는 인터넷 게시공간을 적절히 관리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위 사업자가 위 게시공간의 위험으로 인하여 초래될 수 있는 명예훼손 등 법익 침해와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우려한 나머지 그 곳에 게재되는 표현물들에 대한 지나친 간섭에 나서게 된다면 인터넷 이용자들이 가지는 표현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으므로, 위 사업자의 관리책임은 불법성이 명백한 게시물로 인한 타인의 법익 침해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고 그의 관리가 미칠 수 있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명예훼손적 게시물이 게시된 목적, 내용, 게시기간과 방법,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 게시자와 피해자의 관계, 반론 또는 삭제 요구의 유무 등 게시에 관련한 쌍방의 대응태도 등에 비추어,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제공하는 인터넷 게시공간에 게시된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위 사업자가 위와 같은 게시물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당한 피해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 요구를 받은 경우는 물론, 피해자로부터 직접적인 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그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며, 또한 기술적, 경제적으로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위 사업자에게 그 게시물을 삭제하고 향후 같은 인터넷 게시공간에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되지 않도록 차단할 주의의무가 있고, 그 게시물 삭제 등의 처리를 위하여 필요한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그 처리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타인에게 손해가 발생된 경우에는 부작위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에서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인 위 피고들이 원고와 망 소외인의 교제 및 망 소외인의 자살 경위에 관하여 인터넷에 공개된 게시물 내용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함께 원고의 신원노출을 수반하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과도한 비난 일색의 반응 등을 보도한 기사를 스스로 게재한 사정을 비롯하여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에 의하면, 위 피고들은 자신들이 제공한 기사 댓글, 지식검색란에서의 답변들, 사적(私的) 인터넷 게시공간 등의 게시공간에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적 게시물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난다고 할 수 있으므로, 원고의 요청이 없더라도 불법성이 명백하고 기술적, 경제적으로 관리·통제가 가능하였던 위 명예훼손적 게시물들을 삭제하거나 그 검색을 차단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위 피고들에게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은 수긍할 수 있고, 이를 다투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그리고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장소는 특정 기사에 대한 댓글들, 지식검색란에서의 특정 질문에 대한 답변들, 특정 사적(私的) 인터넷 게시공간 등과 같이 일정한 주제나 운영 주체에 따라 정보를 게시할 수 있는 개별 인터넷 게시공간으로 나누어져서 그 각 개별 인터넷 게시공간별로 운영 및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고, 위와 같은 개별 인터넷 게시공간 내에서의 게시물들은 서로 관련을 맺고 게시되므로, 불법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의무는 위 개별 인터넷 게시공간별로 그 의무의 발생 당시 대상으로 된 불법 게시물뿐만 아니라 그 이후 이와 관련되어 게시되는 불법 게시물에 대하여도 함께 문제될 수 있고, 따라서 그 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은 개별 인터넷 게시공간별로 포괄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또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판결서의 이유를 기재할 때에는 그 원인이 된 불법행위를 특정하여야 하지만, 판결서의 이유에는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범위 내에서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하면 되므로(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2항), 반드시 불법행위의 일시, 방법, 내용 등을 모두 구체적으로 상세히 기재할 필요는 없고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가 특정될 수 있도록 어떤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었는지 알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기재하면 된다(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다23780 판결,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도2609 판결, 대법원 1998. 5. 29. 선고 97도1126 판결 참조).

위에서 본 법리들 및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불법행위로 평가되는 명예훼손적 게시물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아니한 것이 적절하지는 않지만 원심판결의 이유에 위 피고들이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 가운데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적 게시물이 포함되어 있는 특정 기사 댓글, 지식검색란, 사적(私的) 인터넷 게시공간 등의 개별 인터넷 게시공간들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고, 아울러 원심이 열거한 증거들과 원심이 위 개별 인터넷 게시공간의 게시물들로 인하여 원고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판시한 부분의 내용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에서 어떠한 불법행위를 대상으로 삼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게시물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으므로, 원심 판단에 삭제 및 차단 의무의 대상이 되는 명예훼손적 게시물이 특정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는 위 피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피고 야후코리아 유한회사에 대하여 판단한다.

위 피고는 상고장을 제출하였으나 상고장에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고, 또 법정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위 피고의 상고는 기각되어야 한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서 피고 엔에이치엔과 피고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상고이유 제2점 중 피해자의 삭제 및 차단 요구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에 관하여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전수안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하였으며, 대법관 김영란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다.

4.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전수안의 별개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제공하는 인터넷 게시공간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된 경우 위 사업자가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 및 만약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면 어떠한 요건 아래 책임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여기서 다룰 논점이다. 이에 관한 법리를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1) 먼저, ‘인터넷’, ‘인터넷 종합 정보서비스’, 그리고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기능과 역할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대량의 의사소통을 위한 대중매체(大衆媒體, mass media)의 하나이다. 인터넷은 이른바 정보통신매체로서 종래의 인쇄매체, 영상매체, 전파매체 등과 대비하여 “진입장벽이 낮고, 표현의 쌍방향성이 보장되며, 그 이용에 적극적이고 계획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오늘날 가장 거대하고 주요한 표현매체”로서 “가장 참여적인 (매체)시장”, “표현촉진적인 매체”로 정의되고 있다( 헌법재판소 2002. 6. 27. 선고 99헌마480 결정 참조).

이러한 인터넷의 매체로서의 특성은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장소로부터 제공되는 ‘뉴스 서비스’, ‘커뮤니티 서비스’, ‘검색 서비스’ 등 각종 정보서비스의 내용에 의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뉴스 서비스는 신문사, 통신사, 인터넷신문 등으로부터 뉴스기사를 제공받아 인터넷 이용자들이 열람하거나 검색을 통하여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인터넷 종합 정보서비스에 회원으로 가입한 인터넷 이용자들은 이 서비스를 통하여 뉴스 기사를 열람·조회하는 것 이외에도 뉴스기사 하단에 설치된 댓글 창을 열어 뉴스기사 내용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짧게 덧붙일 수도 있다.

또한, 커뮤니티 서비스는 인터넷 종합 정보서비스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카페’ 또는 ‘클럽’, ‘미니홈피’, ‘블로그’ 등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장소에 이미 만들어진 형식에 따라 자발적으로 개인이나 동호인별 게시공간을 개설한 다음 문서, 사진 및 동영상 등을 게시함으로써 회원들 상호간에 이를 자유로이 교환 및 열람하고 그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 서비스를 통칭한다. 그 중 ‘카페’ 또는 ‘클럽’은 인터넷 종합 정보서비스에 회원으로 가입한 인터넷 이용자들 가운데 일정한 주제에 관하여 자료를 공유하거나 친목을 도모할 목적으로 뜻을 같이하는 인터넷 이용자들이 가입하여 폐쇄적 또는 공개적으로 운영하는 인터넷 동호회를 뜻한다. ‘미니홈피’나 ‘블로그’는 인터넷 종합 정보서비스에 회원으로 가입한 인터넷 이용자들이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장소 안에 개설하여 운영하는 개인별 인터넷 게시공간을 말하는데, ‘미니홈피’의 개인운영자는 그 개인별 인터넷 게시공간을 직접 꾸미고 다른 미니홈피 운영자를 초대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면서 상당한 교류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블로그’ 역시 그 운영자인 ‘블로거’ 개인의 관심사에 관하여 정보나 의견을 자유롭게 게시하는 개인별 인터넷 게시공간의 일종이지만 그 게시물이 자동연결(인터넷 이용자들은 위 서비스를 ‘링크’라고 부른다)기능에 의하여 다른 블로그와 서로 자동적으로 공유됨으로써 자신의 블로그에는 수많은 다른 블로그의 게시물이 그대로 올라오고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한 게시물은 수많은 다른 블로그에 실리게 됨으로써, 결국 이른바 수많은 ‘1인 매체’가 모여 시공간을 초월하는 광범위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한편, 검색 서비스는 인터넷 이용자들이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장소의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인터넷상의 각종 정보제공 장소에 게시된 전자문서, 이미지, 뉴스 기사 등 수많은 정보자료 게시물 가운데 원하는 정보를 찾아주는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에서는 아울러 정보를 필요로 하는 인터넷 이용자가 지식검색 서비스란에 질의를 게재하면 다른 인터넷 이용자들이 그에 대한 답변을 댓글 형식으로 기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지식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표현행위는 인터넷의 대중매체로서의 특성인 쌍방향성, 접근의 용이성, 전파의 신속성, 시공간 초월성 등에 힘입어 종래의 대중매체에서 볼 수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매체로서의 기능을 ‘1인 매체’ 위주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주도하면서 정보와 의견의 교환이 적극적·개방적이고 다양한 모습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용이하며 자유롭고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은 지금까지의 어느 매체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장 완성된 형태의 참여적 대중매체이고, 인터넷의 이러한 기능은 인터넷 이용자가 인터넷상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의사소통의 시공간을 넓혀갈 수 있는 가상 공간을 제공하는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있음으로써 더욱 고양될 수 있다. 따라서 만약 이러한 사업자에 대하여 그가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서의 표현행위와 관련하여 법적 규제의 폭을 넓혀간다면 위와 같이 ‘1인 매체’ 역할을 하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표현행위가 규제받을 수밖에 없어 결국 간접적인 형태로 인터넷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이른바 냉각효과(chilling effect)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법적 책임에 관하여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인터넷상의 표현행위가 정당하고 건전한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와는 거리가 먼 불법적인 명예훼손의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에는 바로 위에서 본 인터넷의 특성 때문에 그러한 행위에 따른 피해는 매우 광범위하고 급속히 발생할 수 있어 피해자에 대한 권리구제의 실현도 동시에 강구될 필요가 있다.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는 단순한 정보운반자와는 달리 자신이 운영하는 정보제공 장소에 게재된 표현물에 대하여 직접적이고 신속한 통제를 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 신장만을 염두에 두고 명예훼손 게시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도 물을 수 없다거나 그 책임의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시키는 것은 명예라는 또 하나의 중대한 인격적 법익의 보호를 거의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에 대한 법적 책임은 표현행위라는 법익의 보호와 개인의 명예라는 인격적 법익의 보호가 서로 상충할 경우 그 두 가지 법익의 조화를 찾는 관점에서 그 한계가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2) 표현의 자유로부터 개인의 명예라는 인격권을 보호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명예라는 인격권의 보호를 위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례에 의하면,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과 관련하여, “현대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국민주권주의의 이념의 실현에 불가결한 존재인 점에 비추어 볼 때, 불명확한 규범에 의한 표현의 자유의 규제는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에 대한 위축적 효과를 수반하고, 그로 인해 다양한 의견, 견해, 사상의 표출을 가능하게 하여 이러한 표현들이 상호 검증을 거치도록 한다는 표현의 자유의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게 한다. … 그렇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정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고 한다( 헌법재판소 1998. 4. 30. 선고 95헌가16 결정, 헌법재판소 2002. 6. 27. 선고 99헌마480 결정 등 참조).

이러한 ‘명확성의 원칙’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 등 입법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해석의 원리를 정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에게 명예훼손 게시물과 관련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킬 것인가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위에서 본 것처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리와 관계있는 것이라면 이 역시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이를 규율하는 법리가 최대한 명확하게 정립·제시되어야 한다.

(3) 나아가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제공하는 인터넷 게시공간에서의 게시물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표현행위와 관련하여 위 사업자가 분담하여야 할 책임의 범위 또는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기본권 제한의 한계원칙으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비례의 원칙(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이 적용되어야 한다.

즉, 명예훼손에 따라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인격적 법익의 보호라는 정당한 목적을 달성할 필요가 있는 이상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입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명예훼손 피해자에 대한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더한다는 측면에 치중한 나머지,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를 불법적인 명예훼손 게시물을 직접 게시한 자의 불법행위를 방조한 공동불법행위자의 범주에 드는 것으로 포섭하여, 위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단순히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책임의 법리에 따라 정하려는 것도 마땅히 경계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본래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는 인터넷 이용자들로 하여금 인터넷상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의사소통의 시공간을 넓혀갈 수 있는 게시공간을 제공하는 정보배포자로서의 역할을 의도하였던 것인데, 이러한 게시공간을 제공받아 이용하는 자가 위 사업자의 본래 의도에서 벗어나 그 공간을 불법적인 명예훼손 게시물을 게시하는 수단으로 악용한 것이 문제되는 상황이므로, 이러한 위 사업자에 대해서는 그 명예훼손 게시물을 직접 게시한 가해자의 법적 책임과는 별개로 독자적인 법리에 따라 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아가 어떠한 요건 아래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리를 설정할 것인가 문제되는데, 기본적으로는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으면서 명예훼손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가장 적합한 수단이 무엇인지를 가려보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는 것, 즉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전제로 하여야 하고 그럼으로써 양자의 법익 보호에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법리에 바탕을 두어야 할 것이다.

나. 위에서 본 여러 고려요소들을 종합하여 볼 때,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정보배포자로서 인터넷상의 각종 서비스를 통하여 일정한 게시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그 게시물에 대하여 직접적이고 신속한 통제를 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이상, 자신이 제공하는 인터넷 게시공간에서 명백히 불법적인 명예훼손의 표현행위가 행하여지고 있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고 나아가 그 게시물에 대해 적절한 통제를 가하지 않을 경우 피해의 발생이나 확대를 피할 수 없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피해자를 위하여 그 게시물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서 그 게시물을 삭제 또는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하고, 이를 위반하였을 때 비로소 그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의 핵심은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에게 위와 같이 삭제·차단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이하에서는 ‘삭제의무’라고만 한다)가 생기는 전제조건으로서 ‘그 사업자가 게시물의 불법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고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 때’라 함은 어떠한 경우를 말하는지, 명확성의 원칙에 부합하게 설정하는 것이 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한 삭제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사업자가 피해자로부터 명예훼손의 내용이 담긴 게시물을 ‘구체적·개별적으로 특정’하여 ‘삭제하여 달라는 요구’를 받았고, 나아가 그 게시물에 명예훼손의 불법성이 ‘현존’하는 것을 ‘명백’히 인식하였으며, 그러한 삭제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이 ‘기술적·경제적으로 가능’한 경우로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하다고 본다. 위의 요건을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아래와 같이 항목별로 나누어 살피면서 그 근거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밝혀보기로 한다.

(1)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자의 ‘삭제요구’가 있어야 한다.

(가) 이는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에게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한 삭제 등의 조치까지 강제하기 위한 전제로서 필요하고 또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명예훼손 게시물의 불법성을 인식하였다’고 함은 그 게시물의 표현이 명예훼손행위에 해당하는 실체적 구성요건, 즉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이나 사자(死者)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는 것, 즉 범법행위로서 명예훼손의 가해행위가 행하여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본적으로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는 그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 게시공간을 제공하는 위치에 있어 명예훼손 게시물로 인한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그 게시물을 게시한 직접 가해자와는 별개의 제3자적 지위에 있다. 이러한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에게 명예훼손 게시물을 삭제하는 등 피해구제를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요구하기까지 하려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현존하는 위험’이 있어야 할 것인데, 바로 이 점에서, 위 사업자가 가해자의 가해사실을 인식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그 게시물에 대한 삭제 등의 조치를 바라는 등 피해자의 문제 제기가 있다는 사정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되었을 때에 비로소 가능하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우선, 형사처벌법규와 대비하여 본다. 명예훼손행위에 대한 처벌을 정하고 있는 형사법규들은 그 형사처벌 여부를 피해자의 의사에 맡긴다는 취지에서 예외 없이 그 죄를 이른바 친고죄 또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여 피해자의 고소나 처벌의사가 존재하는 것을 종국적인 형사처벌의 전제로 삼고 있음은 이미 알고 있는 바와 같다( 형법 제312조 제1, 2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3항 등 참조). 이러한 형사법의 법정신을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경우에도 대응하여 본다면, 위 사업자가 자신이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서 아무리 불법성이 명백한 표현물이 게시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하여 피해자가 어떠한 조치를 원하는지 미처 확인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위 사업자에게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고 할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명예훼손 게시물에 의한 피해자의 법익침해는 직접 가해자가 그 게시물을 게시공간에 게시하는 공표행위를 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따라서 피해자는 직접 게시한 가해자에 대해서는 특별한 조건 없이 민사상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게시공간을 제공한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에 대하여도 그러한 공표행위가 있다는 사정을 인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삭제의무를 인정하고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 이는 위 사업자 역시 직접 가해자인 1차적 책임자와 동일한 범주 안에 놓고 책임 유무를 가리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적절하지 아니하다.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는 자신이 제공하는 인터넷 게시공간에서의 예외적 상황으로서 게시물에 인한 명예훼손행위가 발생하였을 때 그러한 가해행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후견적·방어적 역할을 할 위치에 있을 뿐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위 사업자가 피해자로부터 보호를 요청받았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였다는 점에서 그 비난가능성의 단서를 찾아야 할 것이지, 피해자가 보호 요청 등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않고 있음에도 그에 앞서서 어떠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강제할 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구나, 인터넷 공간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통하여 게시되는 게시물의 정보량은 엄청난 분량이다. 그럼에도 피해자의 명시적인 삭제요구가 없어도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법적 책임에 노출될 위험성이 상존한다면 위 사업자의 법적 지위는 불안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앞서 본 대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리를 정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이라는 관점에서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 또는 예측가능한 기준이 설정되어야 한다는 요청에 부합하지 아니한다.

나아가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전제로서 피해자의 삭제요구를 필요로 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삭제요구와 관계없이 삭제의무를 인정함으로써 위 사업자가 부담하게 될 과중한 위험성에 비하여 피해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다.

반면에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은 본래 인터넷 이용자들에 의하여 자유로운 표현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장소로 제공된 공간이므로 그 곳에 게시된 게시물을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인터넷 이용자들에 대한 관계에서는 표현행위를 본질적·근원적으로 봉쇄하는 가장 강력한 조치에 해당하는 것이고, 그에 따라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사업 활동에도 중대한 제약을 초래할 수 있는 이상, 위 사업자에게 삭제조치까지 강제하는 것은 최대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인터넷 이용자들의 표현행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삭제조치에 따라 파생될 수 있는 여러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도 명예훼손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도모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수단으로 피해자의 삭제요구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따른 ‘수단의 적합성’, ‘피해의 최소성’의 관점에서도 결코 불합리하지 않다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삭제요구가 있기도 전에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스스로 알게 된 경우에도 삭제의무가 생긴다고 한다면, 인터넷상의 게시물에 대하여 아예 아무런 관리·감시도 하지 않아 명예훼손 게시물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는 사업자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게 되는 반면에 오히려 자진하여 비용과 노력을 들여 관리·감시를 함으로써 그러한 게시물을 알게 된 사업자의 경우에는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될 위험성이 높아지는 ‘법익의 불균형’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어 불합리하다.

이와 같이 피해자의 삭제요구가 있어야만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한다면, 피해자가 명예훼손 게시물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있는 경우에는 위 사업자가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아무리 불법성이 명백한 명예훼손 게시물이 게시되고 그러한 사정을 위 사업자가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방치될 수밖에 없어 부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의 삭제요구가 필요한 이유를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에게 삭제 등의 조치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면 이러한 경우라 하여 예외를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서 더 나아가 비록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삭제요구는 없지만 피해자가 명예훼손 게시물의 존재를 알았더라면 삭제요구를 하였을 것으로 확실히 예상되는 때에는 예외를 인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상정해 볼 수 있으나, 이와 같은 피해자의 추정적·가정적 의사의 존부를 판단하는 것에 불명확한 기준이 개입될 소지가 있고, 형사처벌법규와 비교하여 국가의 형벌권 행사 여부를 피해자의 처벌의사를 추정하거나 가정하여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빗대어 보더라도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일률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삭제요구가 없어도 삭제요구가 있는 경우와 동일시할 수 있는 경우로서, 예를 들어 피해자로부터 직접적인 삭제요구는 없었으나 삭제를 희망하고 있음을 간접적인 경로를 통하여 충분히 알게 된 때에는 삭제요구가 있는 것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삭제의무를 인정할 여지는 있다 할 것이나, 이와 같이 예외로 인정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은 삭제요구가 있는 것과 동일시할 수 있는 경우로 한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법적 책임은 원칙적으로 피해자의 삭제요구가 있거나 삭제요구가 있는 것과 동일시할 수 있는 경우를 전제로 하므로 그에 따라 위 사업자가 그러한 명예훼손 게시물의 존재를 ‘현실적으로 인식’한 경우에 한하여 책임을 지는 것은 논리필연적인 당연한 귀결이다.

따라서 이와 반대로 현실적으로 인식하지 못하여 모르고 있는, 즉 선의(善意)의 경우에는 어떠한 때에도 삭제·차단의무는 발생할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보다 분명히 새겨볼 수 있다.

위와 같이 선의인 이상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도 삭제의무가 인정될 수 없는 것은 다른 측면에서도 그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즉, 게시물의 불법성을 ‘인식할 수 있었던 경우’에도 삭제의무를 인정한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에게 그러한 불법성을 ‘인식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무를 위반한 잘못으로 이를 인식하지 못하여 삭제를 하지 아니한 경우 역시 삭제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로서는 손해배상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과실이 없다는 것을 내세워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 게시물 등에 대한 관리 또는 감시에 나아갈 것이며, 이것은 결국 위 사업자에게 일반적·포괄적인 상시검열의무를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에게 그가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게재된 게시물에 대하여 상시검열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위축효과를 초래하는 것이므로 이것을 부정하고 있는 것에는 오늘날 거의 이론(異論)이 없다는 것인데, 만약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명예훼손 게시물의 존재를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알지 못하여 삭제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결국 위와 같이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에게 부정되어야 할 상시검열의무를 인정하겠다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 아니할 수 없다.

(나) 다수의견은 대체로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한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불법행위책임의 성립요건에 관하여 직접 가해자와는 독립하여 인터넷 게시공간을 제공한 자의 위치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하였을 때 그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전제로 하여, 비교적 엄격한 요건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다수의견의 이러한 접근방법은 바람직하고 큰 틀에서 이와 뜻을 같이하는 데 주저함이 있을 수 없다.

다만, 다수의견은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에게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한 삭제의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삭제요구가 선행되어야 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피해자로부터 게시물의 삭제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그 불법성이 명백한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난 때에는, 위 사업자에게 삭제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고 하여, 피해자의 삭제요구가 없어도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삭제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으나, 이러한 다수의견의 견해는 이미 위 나. (1).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은 여러 가지 점에 비추어 불합리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에 동의할 수 없다.

나아가 다수의견은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에게 삭제의무가 생기는 경우로, 위 사업자가 ‘불법성이 명백한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경우’뿐만 아니라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는 때’를 들고 있다. 그러나 후자(後者)의 의미가 반드시 명백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여 명확성의 원칙에 비추어 적절한지 의문일 뿐만 아니라, 만약 그것이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불법적인 명예훼손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직접 인식하지는 못하였더라도 그가 인식하고 있는 다른 사실이나 정황들에 의하여 외관상 명백히 그 불법 게시물의 존재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주의하여 그 게시물의 존재를 알지 못한 때에도 삭제의무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라면, 이러한 다수의견의 입장에도 찬성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역시 불법적인 명예훼손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경우와 관련하여 문제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그러한 사실이나 정황을 우연히 알게 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책임 유무가 달라지는 것은 불합리하므로, 그러한 사실이나 정황을 인식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 책임이 인정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여야 할 것인데, 그렇게 되면 위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그가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게시될 가능성이 있는 불법적인 명예훼손 게시물의 존재를 알기 위해 그 정황이 될 만한 사실이나 정보들을 수집하여야 할 것이고, 이것은 결국 간접적인 방법으로 게시물에 대한 상시검열의무를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피해자의 삭제요구 없이도 위 사업자가 그러한 정황이나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삭제의무를 인정할 때와 똑같은 불합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2) 위와 같이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삭제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자의 삭제요구가 있는 것을 전제로 하여야 할 것인데, 이러한 삭제요구의 방식은 원칙적으로 ‘구체적·개별적으로 특정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즉, 게시물을 통한 명예훼손의 위험은 구체적으로 존재하여야 하므로, 명예훼손 게시물이라는 이유로 삭제를 요구함에 있어서는 구체적·개별적으로 특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삭제요구를 특정하는 것은 인터넷 게시공간에서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사실을 다른 사실과 독립하여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의 표지가 되는 사항을 적시하는 방법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명예훼손행위가 다수의 개별 인터넷 게시공간에서 광범위하고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피해자가 이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때도 있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개개의 명예훼손행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더라도, 예를 들어 ‘일정한 기간 동안 피해자에 대하여 어떠한 사항과 관련하여 어느 어느 개별 게시공간 내에서 게시되는 게시물’ 등으로 특정하고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정도만으로도 명예훼손 게시물을 탐지하는 것이 기술적·경제적으로 가능하다면, 이러한 정도로 특정하여 삭제요구하는 것은 유효한 삭제요구로 볼 수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특정성에 어느 정도 예외를 인정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개별적 특정이 ‘현저히’ 곤란한 극히 제한된 범위 안에서 허용되어야 하고, 특히 피해자가 그러한 삭제요구를 하더라도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피해자가 삭제를 요구하는 게시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특정하여 인식할 수 있는 경우로 한정되어야 하며, 삭제요구에 관한 특정성의 요청이 무색할 정도로 일반화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이처럼 제한적으로라도 특정성의 예외를 인정할 경우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삭제요구받은 명예훼손 게시물을 개별적·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하여 게시물을 검색하지 않으면 안 될 경우가 있어 결과적으로 그 범위 안에서는 인터넷 사업자의 검색의무를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예외는 반드시 피해자의 삭제요구가 있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삭제요구와 관계없이 일반적으로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에게 상시검열의무를 인정하는 경우와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하고, 이러한 예외는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볼 것이다.

(3)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인식한 인터넷상의 게시물에 대한 명예훼손의 불법성이 ‘명백한’ 경우이어야 한다.

피해자의 삭제요구가 있었고 그에 따라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명예훼손 게시물 등이 게시되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하여 그에 따라 위 사업자에게 당연히 그 게시물을 삭제할 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그러한 게시물이 명예훼손의 불법성 요건을 충족하고 있음이 ‘명백’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것을 삭제할 의무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위험이 현존하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위험이 ‘명백’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명예훼손이 불법행위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그 불법성을 인정하기 위한 실체적 요건을 충족하여야 할 것인데, 그러한 요건을 구비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결코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표현이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가, 아니면 단순히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하는 것인가,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하고 있더라도 그와 동시에 묵시적으로라도 그 전제가 되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가 아닌가를 구별하는 문제, 그 표현이 사실의 표현에 해당하더라도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 여부나, 그것이 진실한 것인지 아니면 허위의 사실인지 여부 등을 판단하는 문제, 나아가 위법성 조각 여부와 관련하여 어떤 표현이 진실한 사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고 그것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문제 등이 그것이다.

더구나 인터넷상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인터넷 이용자들 사이에 특정 주제나 공동의 관심사에 관하여 비판이나 논쟁이 벌어져 그 과정에서 게시되는 표현행위 등과 관련해서는,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그 외의 매체를 통한 표현행위와는 달리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표현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견해, ‘그 표현이 사실의 적시인지 의견이나 논평의 표명인지 구별하는 기준도 다른 관점에서 이해하여야 한다’는 견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도 인터넷의 쌍방향성과 그에 기한 반론 가능성을 이유로 인터넷상의 표현은 원칙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 등이 제시되고 있는 등, 법률가의 입장에서도 그러한 명예훼손행위의 불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곧바로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많은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게시물의 삭제에까지 나아가려면 불법적인 명예훼손의 위험이 명백하여야 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다수의견이 적절히 적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게시물에 대한 삭제의무는 ‘명예훼손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야 하므로, 법률적인 평가를 거쳐 명예훼손의 불법성이 인정되는 모든 경우에 삭제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볼 것이다.

(4) 기술적·경제적으로 삭제조치가 가능하여야 한다.

앞서 본 모든 요건이 갖추어진 경우라 하더라도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문제의 게시물에 대한 삭제조치를 취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다거나 수인(受忍)의 한계를 넘는 과도한 비용이 소요되는 등 경제적 불이익을 초래하게 되어 삭제조치를 강구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는 삭제의무를 면할 수 있다 할 것이다.

손해발생의 결과를 회피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법리에 따라 필요한 요건이고, 이 점에 관해서는 다수의견의 견해와 다를 바 없으므로 더 이상 보탤 것이 없다.

다. 이제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이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들인 피고 엔에이치엔과 피고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원고로부터 삭제요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적 게시물들을 삭제하거나 그 검색을 차단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이유를 들어, 원고의 요구가 없이는 구체적인 게시물에 대한 위 피고들의 삭제의무도 발생할 여지가 없다는 위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위에서 본 법리에 반하는 것으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다만,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2005. 6. 27.에 이르러 위 피고들에게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이 우려된다면서 ‘1. 관련 기사에 달린 원고 관련 댓글 전체 삭제, 2. 관련 추모, 안티 까페, 미니홈피, 블로그 등 원고의 피해가 우려되는 커뮤니티의 폐쇄, 3. 원고와 관련한 검색시 나타나는 직간접 정보’ 등의 삭제 및 차단을 요구하였으나, 위 피고들은 ‘원고의 요구만으로는 관련 게시물을 특정할 수 없어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어려우니 문제되는 글을 특정하여 삭제를 요구하여 달라’고만 답변하고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원고가 2005. 7. 7. 기자회견을 열고 위 피고들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임을 밝히고 난 뒤에 비로소 원심 판시와 같은 삭제 및 차단조치를 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위 피고들에게 명시적으로 삭제를 요구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위의 나. (1). (가)항에서 본 법리에 의하여 피해자의 삭제요구가 있어야 한다는 절차적 요건을 일응 갖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 법리에 의하더라도 위 피고들이 원고의 삭제요구를 거부하는 사유로 삼은 바와 같이 원고가 위 삭제요구 당시 삭제할 게시물을 구체적·개별적으로 특정하여 삭제요구를 하지 않아 유효한 삭제요구가 없었다고 볼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런데 원심이 역시 적법하게 확정하고 있는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인 위 피고들은 원고와 망 소외인의 교제 및 망 소외인의 자살 경위에 관하여 인터넷에 공개된 게시물 내용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함께 원고의 신원노출을 수반하는 네티즌들의 과도한 비난 일색의 반응 등을 보도한 원고 관련 기사를 선별하여 위 피고들의 뉴스 게시공간에 게재한 사실을 알 수 있고, 이는 제3자에 의하여 인터넷 게시공간에 게시물이 게시된 경우와는 달리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타인의 특정한 내용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선택하여 전파한 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위 사업자인 위 피고들은 기사를 작성한 보도매체와 동일한 법적 책임을 지는 것임은 위에서 위 피고들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1)항의 판단에서 보는 바와 같다.

그리고 위 피고들이 위와 같이 뉴스 게시공간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선별하여 전파한 원고 관련 기사의 내용과 그 외에 정보배포자의 위치에서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게재된 문제의 게시물들은 원고라는 동일한 피해자에 관련된 동일한 내용의 명예훼손에 관한 사항에 관련된 것인 점도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바와 같다.

이러한 사정과 아울러 위의 나. (2)항에서 본 바와 같이 명예훼손행위가 다수의 인터넷 게시공간에서 광범위하고 급속하게 이루어진 사정 등이 있어 피해자가 이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때에는 개개의 명예훼손행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고 어느 정도 개괄적인 방식으로 특정하는 것도 유효한 삭제요구로 취급할 수 있다는 법리를 아울러 종합하여 본다면, 원고의 위 인정과 같은 삭제요구만으로도 위 피고들로서는 구체적으로 원고가 삭제를 요구하는 게시물이 무엇인지 특정하여 인식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나아가 그 게시물들은 명예훼손의 불법성이 인정되는 실체적 요건을 갖추고 있음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하고, 이러한 게시물에 대하여 위 피고들의 관리·통제 아래 기술적·경제적으로 삭제조치가 가능한 경우임은 다수의견이 인정한 바와 같다.

결국, 원심판결에는 위 피고들의 삭제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위해서 피해자인 원고의 삭제요구가 필요한지 여부에 관하여 법리를 오해한 위법은 있으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위 피고들의 삭제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있고 또한 그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을 포괄적으로 평가하여 원심 인정의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고 보이는 이상, 원심의 결론은 결과적으로 정당하여 판결에 영향이 없으므로, 위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는 다수의견과 그 결론을 같이하나 그 이유를 달리하므로, 위와 같이 별개의견을 밝혀둔다.

5.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영란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피해자로부터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 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불법성이 명백한 게시물이 게시된 것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하게 드러나는 때에는, 그 게시물에 대한 삭제 및 차단 의무가 인정된다는 다수의견에 대하여 별개의견이 개진되었으므로, 그와 같은 별개의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다수의견을 보충하고자 한다.

나. 별개의견은,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에게 삭제의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면서 피해자 명예의 보호를 위한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야 하고, 그러기 위하여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는데,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로서는 피해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에 대한 삭제 및 차단 요구를 받음으로써 비로소 위 게시물의 불법성 외에도 피해자가 그 게시물에 대한 삭제 등의 조치를 바라는 사정까지 알 수 있게 되어 삭제 등의 피해구제가 필요할 정도의 불법성이 ‘현존’한다는 것을 ‘명백’히 인식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같이 피해자의 요구에 의하여 특정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인식하는 경우에만 위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차단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와 같은 별개의견에는 찬성할 수 없다.

(1) 별개의견은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삭제 및 차단 의무가 제한되어야 하는 논거를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장에서 구하고, 이에 따라 그 제한에서 벗어나 삭제 및 차단의무가 인정될 수 있는 논거를 피해자의 명예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서 찾고 있다.

헌법 제21조 제4항은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안 되고,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가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를 침해할 때에는 그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하고 있고, 그 제한이 필요한 범위 안에서 최소한도로 그쳐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별개의견의 견해와 같다. 그런데 별개의견에서 보호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게시물을 게재하는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의미하며,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 자신의 표현의 자유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 따라서 인터넷 이용자가 게시한 게시물 자체가 이미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경우에는 이를 보호할 필요가 없을 것이므로,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그에 관하여 삭제 등의 처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게시물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아니함에도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이를 삭제하거나 차단할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게시자가 가지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별개의견이 주장하는 피해자의 명예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은 이와 같이 게시물의 명예훼손성 유무 그리고 이를 이유로 그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에서는 의미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다수의견에서는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삭제 및 차단 의무가 인정되기 위한 우선적인 요건으로서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한 경우’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표현행위의 가치가 피해자의 명예에 우월하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경우여야 한다. 가령 피해자가 사적 존재이고, 게시물의 내용이 명예를 저하시키는 구체적인 사실에 관한 것이며, 사안 역시 전혀 공공성, 사회성 없이 사적인 생활영역을 폭로하는 것에 불과하여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지 않는 경우나,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지 않더라도 그 표현 방법이 단순히 무례한 정도를 넘어 심한 모멸적 표현에 의한 인신공격적인 경우 등이 이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달리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불법성을 쉽게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그 게시물에 대한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삭제 및 차단 의무가 생기지 않으므로, 다수의견에 의하더라도 별개의견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그 게시물을 게시한 사람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험이 발생할 정도로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에게 삭제에 관한 책임을 지우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게시물의 내용 자체보다는 피해자의 허락 여부에 따라 저작권 침해 여부가 확인될 수 있는 저작권 침해 게시물과는 달리, 명예훼손적 게시물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게시물의 내용 자체로 게시물의 불법성을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명예훼손적 게시물로서 불법성이 명백한 경우에는 누가 보더라도 그 불법성이 현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주관적인 불법성 인식 여부에 따라 그 불법성의 현존 여부가 달라진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이와 달리 별개의견은 삭제 및 차단 의무를 인정하려면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될 현존하는 위험’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함으로써, 일반적인 명예훼손적 게시물 그 자체가 현존함으로 인한 위험과 다른 위험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터넷에 게시된 명예훼손적 게시물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현실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그 피해의 위험성이 커서 이로 인하여 게시자가 그 게시물을 삭제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음이 명백한 사안이라면 이미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는 그 한계에서 벗어나 이를 보호할 필요가 없음이 명백한 경우라 할 것이므로, 그 밖의 위험에 관한 사정을 더 요구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문제로 볼 수 없다. 따라서 게시자가 가지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장을 기본적인 논거로 삼아,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삭제 및 차단 의무의 요건으로서 명예훼손에 관한 불법성의 명백 외에 또 다른 위험성이 요구된다는 별개의견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2) 나아가 별개의견은 피해자의 삭제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피해자에 의하여 ‘피해자가 그 게시물에 대한 삭제 등의 조치를 바라고 있다는 사정’을 인식할 수 있게 되어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될 현존하는 위험’에 관한 인식이 있는 경우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별개의견에서 요구하는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될 현존하는 위험’은 ‘피해자가 그 게시물에 대한 삭제 등의 조치를 바라고 있다는 사정’이 있으면 인정되는 위험으로서 ‘피해자가 그 게시물에 대한 삭제 등의 조치를 바랄 정도의 위험’이라는 것이 되며, 그 삭제 등의 조치를 바라는 사정은 구체적으로 피해자의 삭제 요구 내지 문제 제기에 의하여 객관화될 수 있게 되므로, 결국 피해자의 삭제 요구 내지 이와 동일시할 수 있는 사정이 있으면 그 위험성이 있고 피해자의 삭제 요구 등이 없으면 그 위험성이 없다고 보게 될 것인바, 이와 같이 피해자가 삭제를 바라는 의사 여부 내지 삭제 요구 여부에 따라 명예훼손에 관한 민사상의 불법행위 성립 여부가 달라진다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

인터넷이 신속하고 막강한 전파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별개의견도 인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인터넷의 특성상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이 인터넷에 게시됨으로써 이미 타인의 법익 침해라는 중대한 위험이 현실화되는 것이며, 피해자의 삭제나 차단 요구에 의하여 그 위험이 비로소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피해자로부터 명예훼손적 게시물에 대한 삭제 요구 등을 받을 무렵에는 이미 피해자의 명예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되어 뒤늦게 위 사업자가 피해자의 요구에 따른 삭제 및 차단 조치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명예훼손 피해의 구제를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뿐더러, 피해자의 요구를 받고서도 삭제 및 차단 조치를 취하지 않은 위 사업자에 대하여는 게시자의 직접적인 명예훼손책임에 대한 고의의 방조책임을 용이하게 인정할 수 있을 것이어서 굳이 별개의견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위 사업자에게 게시자의 직접적인 불법행위책임과 별도의 독자적인 불법행위책임 법리를 적용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사실을 적시하여 공연히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행위는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될 뿐 아니라 형사상으로도 범죄가 되고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한 피해자의 고소 여부에 관계없이 처벌된다. 그리고 모욕행위 역시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되고 형사상으로도 범죄가 성립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나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경우 피해자의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나 고소는 형사상의 소송조건에 불과하므로, 그 존부에 의하여 범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지지 아니하며, 더욱이 민사상으로는 불법행위 성립뿐 아니라 책임 유무에도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리고 저작권법 제102조 제1항은 온라인서비스 제공자가 다른 사람에 의한 저작물 등의 복제·전송으로 인하여 그 저작권이 침해된다는 사실을 알고 당해 복제·전송을 방지하거나 중단시킨 경우에는 책임이 감경 또는 면제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피해자로부터의 요구를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방지·중단의무 발생의 요건으로 삼고 있지 않는바, 피해자의 허락 여부에 따라 저작권 침해 여부가 확인될 수 있는 저작권 침해 게시물의 경우에도 피해자의 요구가 책임의 성립에 영향을 주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2008. 6. 13. 법률 제9119호로 개정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더라도, 위 법 제44조 제2항, 제44조의2 제6항, 제2항, 제44조의3 제1항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가 유통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하고 그와 같은 정보에 대하여는 임시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위 정보에 대하여 피해자의 요구에 따른 삭제나 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경우에는 책임이 감경되거나 면제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바, 이는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피해자의 요구가 없더라도 직권으로 필요한 조치 등을 취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여 피해자의 요구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경우에 책임이 감경되거나 면제될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일 뿐, 나아가 위 사업자가 피해자로부터 삭제 등의 요구를 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전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에 항상 책임의 성립이 부정된다거나 책임이 면제된다는 취지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게시물의 내용 자체에 의하여 법익 침해로 인한 불법성 여부가 가려질 수 있는 명예훼손적 게시물은 피해자의 요구가 없이도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그 게시물에 대한 삭제 및 차단 의무가 생긴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인터넷의 특성상 위 게시물의 게시행위 당시에 이미 그로 인한 법익 침해의 위험성이 현실화되어 있으며,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경우 피해자의 의사에 관계없이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는 이상,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손해배상책임이 게시물 관리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간접적인 불법행위책임이라는 사정만으로 피해자의 삭제요구 유무에 따라 게시물 방치로 인한 명예훼손책임 성립 여부가 결정된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 사건에서 보더라도 별개의견의 해석론에 따른다면, 피고 엔에이치엔과 피고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인터넷 종합 정보서비스를 통하여 인터넷 게시공간을 제공·관리하는 자로서, 2005. 5. 초순경부터 이미 자신들이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원고와 망 소외인의 교제 및 망 소외인의 자살에 관한 자세한 사연과 함께 원고를 비난하며 그 인적 사항을 노출시키는 내용의 게시물들이 급증하다가 같은 달 중순경에는 그와 같은 인터넷 이용자들의 반응이 위 피고들의 뉴스제공 공간에 기사로 게재될 정도로 원고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위험이 현실화되었고, 위 피고들이 이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음이 위 기사 내용으로 보아 외관상 명백히 드러남에도 위 피고들은 2005. 6. 27.에 이르러서야 원고로부터 삭제를 요구받았다는 이유로 그 이전까지는 위와 같이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방치한 데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전혀 지지 않는다고 할 수밖에 없어 부당하다.

(3) 또한, 피해자로부터 삭제 및 차단 요구를 받은 경우에만 비로소 특정 명예훼손적 게시물을 삭제할 정도의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도 동의할 수 없다.

피해자의 삭제 및 차단 요구가 없는 경우에도 명예훼손적인 게시물의 존재와 그에 관한 불법성을 인식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히, 인터넷에 게시된 정보에 대한 종합적인 검색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경우에는 다른 누구보다 자신이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게재된 게시물을 쉽게 검색하고 접할 수 있으므로 그 과정에서 불법성이 명백한 명예훼손적인 게시물을 인식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인식의 가능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경험칙에 비추어 타당하지 아니하며, 분쟁이 된 사건에서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불법성이 명백한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 등을 판단하면 된다. 나아가 불법행위책임의 경우에 주의의무 위반은 개별 행위자 개인의 주관적인 인식능력이 아닌 평균인 또는 사회 일반의 객관적인 인식능력을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 불법행위책임의 근간이다. 따라서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갖추어야 할 동종 업계 일반 운영자의 평균적인 인식능력을 기준으로 위 사업자가 불법성이 명백한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고, 설령 별개의견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명예훼손적 게시물을 삭제할 정도의 위험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평균적인 인식능력을 기준으로 그 위험의 인식 여부를 가리면 되지 피해자의 삭제 및 차단 요구에 의하여서만 비로소 그 위험을 인식할 수 있다는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

그런데 별개의견은 피해자로부터 삭제 등의 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에까지 위 사업자가 자신의 물적 설비와 노동력을 이용하여 스스로 관리·감시함으로써 게시물의 위험을 인식할 수 있었다는 이유로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강제된다면 비례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인터넷 이용자들의 표현행위가 봉쇄될 우려가 높아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의 관점에서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관리·감시를 충실히 해 온 사업자일수록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될 위험성이 높아지는 법익의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어 적절하지 않으며, 위 사업자에게 일반적·포괄적인 상시검열의무를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로부터 삭제 등의 요구를 받은 바 없다면 위 사업자로서는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도 없다고 설명하면서 다수의견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 제21조 제4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명예훼손적인 표현물과 같이 헌법상 보호되지 않는 의사표현이 공개된 후에 이에 대하여 사후심사를 하거나 간섭하는 것은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검열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 1996. 10. 4. 선고 93헌가13 등 결정 참조),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갖추어야 할 객관적인 인식능력을 기준으로 불법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는 때에 한하여 그 게시물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인식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게시물에 대한 삭제 및 차단 의무를 지운다면, 별개의견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거나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인터넷 게시공간의 게시물들을 상시검열함으로써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가 초래될 것을 염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 위 사업자에게 사실상 파악하기 어려운 게시물에 관한 과도한 책임을 지운다고 할 수도 없다. 실제 소송에서는, 피해자가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에 대한 삭제나 차단 요구를 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불법 게시물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인식하였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났다고 입증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므로, 많은 경우에는 위 사업자가 피해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에 대한 삭제나 차단 요구를 받아 불법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한 때부터 삭제 및 차단 의무가 인정될 것이며, 그 인식에 관한 사실이 입증된 일부 사안의 경우에 한하여 피해자의 삭제나 차단 요구가 없더라도 그에 관한 의무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별개의견은 삭제의무의 대상이 되는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내용으로 명예훼손적 게시물 자체에 관한 불법성 외에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될 현존하는 위험’을 요구하고 그 위험을 ‘피해자가 그 게시물에 대한 삭제 등의 조치를 바라고 있다는 사정’과 관련짓고 있는데, 이에 의하면 피해자의 요구는 단순히 게시물의 존재와 불법성에 대한 인식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피해자가 그 게시물에 대한 삭제 등의 조치를 바라고 있다는 사정에 대한 인식 가능성을 제공하는 의미를 가지므로, 명예훼손적 게시물 자체에 관한 불법성만을 요구하는 다수의견과는 그 인식 내지 인식 가능성의 대상 및 내용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피해자가 그 게시물에 대한 삭제 등의 조치를 바라고 있다는 사정’에 기초하여 명예훼손적 게시물로 인한 위험을 파악하는 별개의견의 해석론이 타당하지 않음은 앞의 5. 나. (2)항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와 같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제에 서서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불법성에 관한 인식 내지 인식 가능성을 달리 평가하여야 한다는 별개의견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나아가 별개의견은 게시물을 통한 명예훼손의 위험은 구체적으로 존재하여야 하므로 명예훼손적 게시물이라는 이유로 삭제를 요구할 때에는 구체적·개별적으로 특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명예훼손 사실을 다른 사실과 독립하여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의 표지가 되는 사항을 적시하는 방법으로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면서도 별개의견은, 명예훼손행위가 다수의 개별 인터넷 게시공간에서 광범위하고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피해자가 이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때도 있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개별적인 명예훼손행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기간 동안 피해자에 대하여 어떠한 사항과 관련하여 어느 개별 인터넷 게시공간에 게시되는 게시물’ 등으로 특정하고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입장에서 피해자가 표시한 정도만으로도 명예훼손적 게시물을 탐지하는 것이 기술적·경제적으로 가능하다면, 유효한 삭제 요구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별개의견에 의하면 피해자의 삭제 요구는 게시물의 존재와 불법성 및 피해자가 그 게시물에 대한 삭제 등의 조치를 바라고 있다는 사정을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필요하다는 것인바, 피해자의 삭제 요구는 명예훼손적 게시물을 구체적·개별적으로 특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론은 별개의견의 위 논리에 부합되지만, 그 예로 들고 있는 바와 같이 구체적·개별적인 게시물을 기재하지 않고 다른 사실과 독립하여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의 표지를 특정한 것만으로 과연 구체적·개별적인 특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고, 특히 피해자가 명예훼손적 게시물을 일일이 확인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그 확인에 관한 책임을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에게 넘겨 위 사업자가 탐지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명예훼손적 게시물을 특정하지 않더라도 유효한 삭제 요구라고 보는 예외적인 해석론이 위 논리에 부합되는지는 더욱 의문이다.

즉, 어느 특정 게시공간에 게재된 어느 특정 사안과 관련된 게시물들이라고 하더라도 저작권 침해 게시물과는 달리 개별 게시물마다 기재 내용이나 표현 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피해자가 개별 게시물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는 이상,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로서는 피해자가 어느 게시물에 대하여 삭제를 요구한 것인지 알 수 없어 별개의견에서 말하는 게시물의 불법성 여부 또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개별 게시물마다 일일이 불법성이 명백한지 여부를 가려 삭제하거나 차단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위와 같이 구체적·개별적으로 특정되지 않은 피해자의 삭제 요구는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가 개별 게시물의 불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상당한 방법이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별개의견이 이를 허용하는 것은 위 사업자가 게시물의 존재 및 불법성을 인식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삭제 요구가 필요하다는 논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나아가 별개의견은 위와 같은 해석론에 기초하여, 이 사건의 경우에는 원고가 2005. 6. 27. 위 피고들에 대하여 자신에게 관련된 기사 댓글이나 관련 게시판의 폐쇄, 원고 관련 검색시 나타나는 직·간접적인 정보 등을 삭제하거나 차단해 줄 것을 요구하였으므로 그로써 해당 게시물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위 피고들이 명예훼손적인 원고 관련 기사를 게재한 것에 대하여 직접 게시자로서의 명예훼손책임을 지는 사정 등을 고려하면, 위 피고들은 위와 같은 개괄적인 삭제요구만으로도 구체적으로 원고가 삭제를 요구하는 게시물이 무엇인지 특정하여 인식할 수 있었으므로 해당 명예훼손적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차단하여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위 피고들이 명예훼손적인 원고 관련 기사를 게재하는 과정에서 인터넷상의 명예훼손적 게시물이 언급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경험칙상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위 기사에 언급되고 있는 명예훼손적인 게시물 외에 원고에 관한 다른 게시물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여부와 그 게시물의 불법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위와 같은 별개의견은 개괄적인 삭제요구에 불구하고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인 위 피고들이 보유한 광범위한 정보 검색 능력을 고려하여 인터넷 공간에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적 게시물에 대하여도 인식 가능성을 긍정하고 이를 근거로 하여 삭제의무를 인정하는 결론을 취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피해자의 구체적인 삭제요구가 없었던 게시물에 관하여 보면, 별개의견이 취한 위와 같은 결론은 그 불법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는 때에 삭제 및 차단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는 다수의견의 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다수의견에 의하면 위와 같이 제한적인 경우에 인식가능성이 인정됨에 비하여 별개의견에 의하면 삭제요구에 기초한 다른 게시물의 인식 가능성만으로 검색 의무가 인정될 수 있는 것처럼 보여 다수의견보다 더 광범위한 삭제의무를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라. 결론적으로, 별개의견은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의 삭제의무가 제한되는 근거로 표현의 자유를 제시한 후 이에 기초하여 피해자가 삭제요구를 할 정도의 위험이 현존하여야 하고 이를 위 사업자가 인식하여야 하므로 피해자의 삭제요구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지만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그 논거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려우며, 또한 삭제요구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주장된 논리와는 달리 삭제요구의 방식에 관하여는 그 특정성을 완화하고 오히려 인터넷 종합 정보제공 사업자 스스로의 인식 가능성에 기초하여 삭제의무를 인정함으로써 현실적인 운영의 면에서도 위와 같은 논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보이고 있으므로, 별개의견은 타당하지 아니함을 지적하면서,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혀 둔다.

재판장 대법원장  이용훈  주심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양승태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김능환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  안대희   대법관  차한성   대법관  양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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