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 대구지방법원 2018고정612 (‘갑질한다’ 표현 사건) [비사이버]

대구지방법원 2018. 9. 11 선고 2018고정612 판결 [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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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경과
ㅇ 대구지방법원 2018. 9. 11 선고 2018고정612 판결
ㅇ 대구지방법원 2019. 1. 11. 선고 2018노3557 판결
ㅇ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9도154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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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A
검사  이상훈(기소), 장지영(공판)
판결선고  2018. 9. 11.

주문

피고인은 무죄.
무죄판결의 취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6. 1.경 대구 중구 B에 있는 건물 1층을 임차하여 'C미용실'이라는 상호로 미용실을 운영하는 사람이고, 피해자 D은 2016. 5.경 위 건물을 매수한 위 건물의 새로운 소유자로, 피고인은 이주비를 받고 이사를 나가는 문제로 피해자와 다툼이 생기게 되었다.
피고인은 2017. 8.경 '건물주 갑질에 화난 C원장'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미용실 홍보 전단지 500장을 제작하여 그 무렵 지역 주민들에게 100장을 배포하고 15장을 2017. 11.경부터 2018. 1.경까지 위 미용실 정문에 부착함으로써 마치 피해자가 '건물주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세입자인 피고인에게 갑질을 하는 사람'이라는 취지로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하였다.

2. 판단

가.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형법 제311조),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고, 여기에서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도967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어떠한 표현이 특히 모욕적인 표현을 포함하는 판단 또는 의견의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에도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는 때에는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예외적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1433 판결 등 참조).

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각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의 전단지 배포행위가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피고인이 사용한 "갑질"이라는 표현은 갑을관계에서의 "갑"에 어떠한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인 "질"을 붙여만든 말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1). 즉 갑질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사람이 하는 부당한 행위"라는 의미를 갖고 있고,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는 하나 경멸적 표현에 이를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2) 위와 같은 갑질이라는 단어는 실제 언론에서 "대기업의 갑질", "@@사가 협력사에 갑질을 하였다"는 등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는 표현이다. 이와 같이 언론에서 쉽게 사용되는 단어 자체에 모욕적인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이 사건 공소사실의 전단지에 기재된 내용은 "건물주의 갑질에 화난 C원장"이다. 건물주가 피고인에게 갑질을 하였다는 취지의 일부 부정적인 표현이 들어가 있기는 하나, 피고인이 자신의 감정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상대가 권력관계를 이용하여 부당한 행위를 하였다는 의미에서 위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일 뿐, 위 문구 자체로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시한 것이라고는 보이지 아니한다.

다. 가사,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에 일부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저하될만한 표현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갑질이라는 단어는 신문 방송 등 공신력이 있는 언론매체에도 사용되는 단어인 이상 피고인들이 다른 모욕적인 언사가 없이 단지 위 단어만 사용한 것은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여지도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대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태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