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도11226 판결 [명예훼손·전기통신기본법위반]
재판경과
ㅇ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8. 12. 선고 2009노164 판결
ㅇ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도11226 판결
판시사항
[1] 피해자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은 허위사실 적시행위가 명예훼손죄를 구성하는 경우
[2] 명예훼손죄의 성립에 필요한 사실 적시의 정도 및 명예훼손적 표현인지 판단하는 기준
참조조문
[1] 형법 제307조 제2항 / [2] 형법 제307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82. 11. 9. 선고 82도1256 판결(공1983, 129),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68306 판결(공2002하, 1352) / [2]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도5077 판결,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도6728 판결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차혜령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1. 8. 12. 선고 2009노16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08. 6. 29. 20:44경 군포시 (주소 생략)아파트 (동호수 생략)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이용하여 인터넷 라디오21&TV 사이트에 접속한 다음, 촛불아 모여라!! 2008년 6월 촛불의 역사 생방송 게시판에 글쓴이를 ‘지쳤습니다’로 하여 ‘서울특별시 제2기동대 전경대원입니다’라는 제하에 “저희 전경들은 지칠대로 지쳤습니다. 이젠 더 이상 공소외 1의 개노릇 하고 싶지 않습니다. 상부에서는 계속 시민놈들을 개 패듯이 패라는 명령만 귀따갑게 명령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 우리가 누구를 위해서 이 짓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전경도 광우병 쇠고기 절대 먹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급식으로 나오면 무조건 쳐먹어야 합니다. 저희들 전경은 제대하여 광우병 걸리고 싶지 않습니다. ··· 저희 전경은 완전 지쳤습니다. 하여 오늘 자정을 기하여 저희 서울특별시 경찰청 소속 제2기동대 전경 일동은 시민진압 명령을 거부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오늘 자정부터 서울특별시 경찰청 소속 제2기동대 전경 일동은 상부의 명령을 무조건 거부할 것입니다”라는 내용의 이 사건 글을 게시하고, 이 사건 글의 내용이 라디오21 사회자로 하여금 생방송 멘트로 소개되도록 함으로써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공소외 2, 3 등 서울경찰청 제2기동대(이하 ‘이 사건 기동대’라고 한다) 소속 전경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이다.
나.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글을 통해 이 사건 기동대 소속 전경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시한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의 점에 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공소사실의 특정 여부에 대하여
(1) 공소사실의 기재에 있어서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을 명시하여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법의 취지는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에게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그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 주기 위한 데에 있는 것이므로, 공소사실은 이러한 요소를 종합하여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재하면 충분하고, 공소장에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지적되지 않았더라도 위와 같이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법의 취지에 반하지 아니하고, 공소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 공소내용이 특정되지 않아 공소제기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4도4896 판결 등 참조). 한편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반드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여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은 허위사실의 적시행위도 그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 판단하여 그것이 어느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인가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죄를 구성한다(대법원 1982. 11. 9. 선고 82도1256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은 그 피해자를 ‘공소외 2, 3 등 서울경찰청 제2기동대 소속 전경들’이라고 기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이와 같이 피해자들 중 ‘공소외 2, 3’만 그 성명이 명시되어 있을 뿐 나머지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성명이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 범행의 시기와 장소, 범행의 내용과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는 점, 피고인이 이 사건 글을 인터넷에 게시할 당시의 위 기동대 소속 전경들을 명예훼손의 구체적인 피해자로서 특정하는 것이 반드시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그 피해자가 다수인 점에 비추어 이를 개괄적으로 표시하는 것이 부득이한 측면이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에게 방어의 범위를 특정함으로써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하는 데에 지장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공소사실 특정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나. 명예훼손죄의 성립 여부에 대하여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글에서 적시한 사실은 허위로서 그로 인하여 이 사건 기동대 소속 전경들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되었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의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여야 하는바, 어떤 표현이 명예훼손적인지 여부는 그 표현에 대한 사회통념에 따른 객관적 평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도672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글은 허위의 사실을 근거로 삼아 마치 이 사건 기동대 소속 어느 누군가가 작성한 것처럼 되어 있지만, 그 전체적인 내용은 경찰 상부에서 내린 진압명령이 불법적이어서 이에 불복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취지로서, 이러한 진압명령에 집단적으로 거부행위를 하겠다는 것이 이 사건 기동대 소속 전경들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객관적으로 저하시키는 표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피고인이 이 사건 글을 게시한 목적은 집회를 진압하려는 전경들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데 있다기보다는 일반인들의 집회 참여를 독려하기 위하여 진압 전경들도 동요하고 있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사건 글을 접하게 된 일반인들의 인식이나 사회통념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글로 인하여 이 사건 기동대 소속 전경 개개인에 대한 기존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근본적으로 변동될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 위와 같은 글의 내용과 취지, 게시 목적 및 일반인의 인식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할 때 이 사건 글이 비록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이기는 하나 이 사건 기동대 소속 전경들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하는 형법 제307조의 명예훼손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행위가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명예훼손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따라서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원심이 허위사실의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의 점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한 것은 위법하므로 원심판결 중 허위사실의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죄 부분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3. 파기의 범위
피고인이 원심판결 중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허위사실의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의 점에 대하여만 상고하였으나, 이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그와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는 전기통신기본법 위반의 점(원심판결 중 이유무죄 부분) 및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허위사실의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의 점(원심판결 중 이유공소기각 부분)도 함께 파기할 수밖에 없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전부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민일영 대법관 박보영 주심 대법관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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