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도9033 판결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재판경과
ㅇ 수원지방법원 2011. 1. 13. 선고 2010고정3887 판결
ㅇ 수원지방법원 2011. 6. 23. 선고 2011노396 판결
ㅇ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도9033 판결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2011. 6. 23. 선고 2011노396 판결
판결선고 2011. 10. 27.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2항 위반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야 하며 여기서 드러낸 거짓의 사실은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 한다(대법원 1994. 10. 25. 선고 94도1770 판결, 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3도1868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리니지’ 게임상에서 닉네임 ‘촉’을 사용하는 피해자와 감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그 게임에 접속하여 게임을 하는 불특정 다수인이 볼 수 있는 채팅창에 “촉, 뻐꺼, 대머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통상의 일반인이 ‘대머리’라는 표현을 들었을 때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일 여지가 없지 아니하여, 이를 두고 사회적 가치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이 아니라고 할 수 없고,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를 ‘대머리’로 지칭한 것은 단순한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진술이 아니라 사실을 드러낸 것으로서, 이 사건과 같은 사이버 공간에서 상대방을 ‘대머리’로 지칭할 경우 당사자가 실제로는 대머리가 아님에도 대머리인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어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었다고 볼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로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가. 우선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 등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⑴ 피고인은 경찰에서부터 피해자가 판시 인터넷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 프로그램에 접속하여 게임을 하던 중 게임접속자들 모두가 볼 수 있는 채팅창을 통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먼저 욕설을 하는 데 화가 나서 그 채팅창에 “촉, 뻐꺼, 대머리”라는 글(이하 ‘이 사건 표현’)을 올리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였고, 경찰에서는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한 욕설 내용에 관한 자료까지 제출하였다.
⑵ 이 사건 표현 중 ‘촉’은 피해자가 리니지 게임을 이용하면서 사용하는 닉네임에 불과하고, ‘뻐꺼’라는 표현은 피고인이 평소 직장동료들과 사이에 머리가 벗겨진 사람, 즉 ‘대머리’를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해 온 은어일 뿐이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표현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⑶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 인터넷을 통하여 리니지 게임에 접속하여 ‘촉’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피해자와 게임을 한 적은 있으나, 피해자를 직접 대면하는 등으로 피해자의 외모에 대하여 알고 있는 바가 없었다.
나. 현대생활에서는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공간을 통하여 사람들 사이의 접촉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나 표현도 사회의 건강성을 해치지 않아야 하고 타인의 권익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나 침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절제와 규범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 공간에서 글을 게시하는 것도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의한 보호의 대상에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므로, 게시한 글에 대한 형사적 제재에 관한 규정은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그로써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의사표현이 지나친 제약을 받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앞서 본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죄의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의 경우를 살펴보면, 위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한 ‘거짓의 사실’은 개인의 주관적 감정이나 정서를 떠나서 객관적으로 볼 때 상대방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함은 물론, 그 표현을 하게 된 상황과 전 후 맥락에 비추어 그 표현 자체로 ‘구체적 사실’을 드러낸 것이라고 이해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표현 중 문제가 되는 ‘뻐꺼’나 ‘대머리’라는 표현은, 그 표현을 하게 된 경위와 의도, 피고인과 피해자는 직접 대면하거나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서라도 상대방의 모습을 본 적이 없이 단지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공간의 게임상대방으로서 닉네임으로만 접촉하였을 뿐인 점 등 앞서 본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여 모욕을 주기 위하여 사용한 것일 수는 있을지언정 객관적으로 그 표현 자체가 상대방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이라거나 그에 충분한 구체적 사실을 드러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범죄사실의 증명이 있다고 보아 피고인을 유죄라고 판단한 데에는,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박일환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신영철 주심 대법관 박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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